2013년 세계교회의 전망

2013년은 세계교회협의회(World Council of Churches) 제10차 총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해이다. 2013년 10월 28일부터 11월 8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WCC 제10차 총회는 세계교회의 눈과 귀를 한국에 집중시키게 될 것이며 따라서 2013년은 명실 공히 세계교회와 한국교회가 만나는 해가 될 것이다.
 
8년마다 개최되는 세계교회협의회가 5대양 6대주를 옮겨 다니며 총회를 개최하는 점을 감안할 때 WCC총회는 흔히 하는 말로 100년 만에 한번 있을까 말까하는 일이 한국에서 벌어지는 셈이다.
21세기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교회협의회 총회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WCC 총회는 어떤 세계의 과제와 도전을 가지고 한국에 올 것인가? 총체적 위기의 21세기에 부산에서 열리는 WCC 총회는 세계와 세계교회 앞에 어떤 메시지를 선포할 것인가? WCC 총회는 한국교회에는 어떤 의미를 줄 것인가?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모색하다 보면 2013년의 세계교회의 과제가 드러날 수 있다.
WCC는 2009년 차기총회 장소로 현재 내전으로 붕괴직전까지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시리아와 한국을 두고 고민하다가 한국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한국으로 결정한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이유는 시리아교회가 과거의 교회인 반면 한국교회는 젊은 교회라는 것이다. 둘째 이유는 한국에는 에큐메니칼교회와 복음주의 교회가 나란히 공존하고 협력한다는 점이다. 셋째는 한국에는 종교 간에 평화로운 공존과 협력이 잘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넷째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 그리고 민주화와 생명을 위해 헌신해 온 한국교회와 몸으로 연대하기 위함이다. 이 이유들 속에는 2013년 세계교회의 도전과 과제가 함께 내재되어 있다.
교회의 일치를 일차적 목표로 존재해 온 에큐메니칼운동은 21세기에 와서 새로운 일치의 도전을 받고 있다. WCC는 창설이후 역사적 전통의 교회인 정교회, 프로테스탄트, 로마 카톨릭 교회간의 교제와 일치에 대해 오랫동안 집념을 가지고 노력해 왔다. 그러나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오순절교회가 급격히 부상하고, 에큐메니칼운동에 비판적인 복음주의 교회들이 세계 기독교 지형의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면서 이들과의 대화와 교제도 중요한 에큐메니칼 과제로 떠올랐다. 그래서 WCC는 90년대부터는 복음주의 교회와 오순절 교회까지 참여하는 새로운 에큐메니칼 지형(new ecumenical landscape)을 짜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다. 이 노력이 최근에 와서 일정부분 가시화되기도 했다. 2010년에는 개혁(장로)교회의 진보적인 세계연합체인 세계개혁교회연맹(WARC)과 다소 보수적인 개혁교회 에큐메니칼협의회(REC)가 연합해 세계개혁교회연합(WCRC)으로 통합했다. 에딘버러 100주년대회는 에큐메니칼진영보다 복음주의진영이 더욱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형태를 띠기까지 했다. 지금 세계는 에큐메니칼 진영과 복음주의 진영은 물론 심지어 다른 종교까지도 오늘 세계에 벌어지고 있는 거대한 도전 앞에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적 차원에서는 여러 가지 에큐메니칼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흐름들이 2013년 에큐메니칼교회와 복음주의, 오순절교회가 함께 협력하는 한국에서 더욱 가속화되기를 바라는 꿈을 가지고 있다.
2013년의 세계교회가 당면하고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슈는 오늘의 사회가 급격하게 다종교사회, 다문화사회화 되어간다는 점이다. 20세기 말 문명의 충돌 예견이 나온 이래 21세기 진입의 시점에서 전대미문의 문명 간의 충돌사건중의 하나인 9.11테러가 일어났고 이후 한 사회가 한 문명으로 각인되는 시대는 종말을 고했다. 전통적 기독교 대륙이었던 유럽은 20세기에 급격한 세속화를 겪었고 21세기에 들어와서는 무슬림의 존재가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우리 나라도 점점 더 다문화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사실 역사 속에는 늘 다양한 종교가 함께 존재해 왔다. 그리고 다종교와 문명들은 물이 흐르듯이 서로를 비키며 나란히 흐르기도 하고 어떤 때는 융합도 이루어 왔다. 물론 종교와 종교간, 문명과 문명간의 첨예한 대립도 있었고 한 문명에 의한 다른 문명의 지배 또는 침탈도 있었다. 아직도 다문명, 다종교간의 갈등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21세기가 깊어지면서 이제는 다문화, 다종교간의 공존과 공동의 과제를 두고 더 깊은 협력과 연대를 해야 할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WCC도 종교 간의 평화로운 관계와 더 나아가 생명과 정의, 평화와 같은 인류의 공통적 과제를 두고 종교 간에 더 깊은 협력이 필요함을 더욱 절감하고 있다. WCC는 부산총회를 통해 한국이 역사 속에서 해 온 종교간의 평화공존과 민족독립과 같은 공동의 과제를 위해 함께 협력하는 모습을 배우면서 다종교, 다문화 사회속에서의 종교 간의 평화로운 공존과 협력을 도모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2013년 세계교회앞에 놓인 또 하나의 중요한 도전은 지구전체가 당면하고 있는 생태위기에 대해 교회가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기후변화는 이제 삶의 현실로 다가왔다. 기후학자들에 의하면 2020년이 중대고비가 될 것이라고 거듭 말하고 있고 2020년까지 현재의 인류문명이 어떤 결단을 하지 않으면 이 지구는 엄청난 생태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 요즈음 서구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이상한 현상은 2012년 12월 21일에 세상이 종말이 온다는 마야문명의 달력이야기이다. 물론 이 예언은 마야력에 제시된 이 시점이 세상의 종말이 아니라 동양의 회갑처럼 한 주기가 끝이 나고 다른 주기가 시작된다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다. 마야문명에 해박한 원로들의 이러한 상식적 해석이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이 마야력에 의한 종말론이 자꾸 확산되는 이유는 오늘의 세계가 생태위기가 코앞에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는 반증이다. 최근 해마다 계속되는 지진이나 쓰나미,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의 혼란, 이상 징후현상 등 모든 상황들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끼는데서 오는 불안이다. 기후변화, 생태정의는 부산총회의 초미의 관심사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경제는 어떤가? 1980년대부터 시작된 신자유주의 경제세계화는 세계경제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위기의 상존상태로 만들어 놓았다. 세계적 빈부 격차가 더욱 심해지고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문명간의 대결이 더욱 심화되고 있고 경제가 삶의 중심에 들어오면서 가치관의 전도가 일어나고 있고 공동체가 파괴되고 있다. 세계개혁교회연맹이 2004년 아크라에서 열린 제24차 총회에서 신자유주의 경제세계화를 신앙적으로 반대하는 아크라신앙고백(The Accra Confession)을 선언할 때만 해도 경제위기가 이렇게 세계를 강타할지 예상하지 못했다. 불과 5년도 채 못 된 상황 속에서 시작된 세계적 경제위기는 지금 유럽을 강타하고 있고 전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점점 심화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경제양극화는 이제 정의의 문제, 평화의 문제, 생명의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란 주제로 모이는 WCC 2013년 부산총회는 인류문명 앞에 생명의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부산총회는 우주를 관계적이고 유기적이며 상생적인 사고로 인식하는 아시아적 인식론으로 신학을 새롭게 조명하는 것을 포함하여 생명중심의 새로운 문명적 대안을 찾아가는 선교적 행진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도전들이 2013년의 세계교회앞에 놓인 과제이자 세계교회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선교적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