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존중되는 나라

성 경 / 이사야 65:20-25

이사야는 주전 8세기 유다에서 활동한 예언자입니다. 이사야의 예언에는 두 가지 큰 특징이 있습니다. 하나는 그는 어느 예언자보다도 메시야에 대해서 가장 많이 예언한 예언자입니다. 둘째는 그의 예언은 특별히 정치적 의미를 많이 띠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사야를 정치적 예언자라고 말합니다. 이 두 가지 특징이 잘 나타나 있는 그의 대표적인 예언이 바로 성탄절에 가장 많이 읽혀지는 이사야 9:6-7의 말씀입니다.


이는 한 아기가 우리에게 났고 한 아들을 우리에게 주신 바 되었는데 그 어깨에는 정사를 메었고 그 이름은 기묘자라, 모사라, 전능하신 하나님이라, 영존하시는 아버지라, 평강의 왕이라 할 것임이라. 그 정사와 평강의 더함이 무궁하며 또 다윗의 위에 앉아서 그 나라를 굳게 세우고 자금 이후 영원토록 공평과 정의로 그것을 보존하실 것이라.

이사야는 예언하기를 약속된 메시야는 이 땅에 오셔서 다윗의 위에 앉아서, 즉 왕의 위치에 앉아서 당신의 나라를 굳게 세우고 오시는 그 때부터 영원토록 나라를 공평하고 정의롭게 다스릴 것이라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이사야는 9장에 이런 메시야가 오실 것이라고 대망하고 그 후에 메시야가 오시면 지금의 나라들이 이렇게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예언하고 오늘 읽은 이사야 65장에서는 메시야가 다스릴 새 하늘과 새 땅에 대한 비젼을 제시했는데 이것이 바로 이사야가 제시한 메시야의 정치적 비젼입니다.

이 정치적 비젼이 이사야의 예언을 통해 하나님께서 이 세상에 세우고 싶은 하나님 나라의 국정지표입니다. 이 하나님의 나라의 국정지표를 하나씩 정리해 보십시다.

1) “거기는 날 수가 많지 못하여 죽는 유아와 수한이 차지 못한 노인이 다시는 없을 것이라. 곧 백세에 죽는 자가 아이겠고 백세 못되어 죽는 자는 저주 받은 것이리라.”라고 했습니다. 이 말은 어린이나 노인이 제 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는 법이 없는 나라를 지향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생명이 최대한 존중되는 생명존중의 나라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 “그들이 가옥을 건축하고 그것에 거하겠고 포도원을 재배하고 열매를 먹을 것이며 그들의 건축한데 타인이 거하지 아니할 것이며 그들이 재배한 것을 타인이 먹지 아니하리니 내 백성의 수한이 나무의 수한과 같겠고 나의 택한 자가 그 손으로 일한 것을 길이 누릴 것임이며 그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겠고 그들의 생산한 것이 재난에 걸리지 아니하리니...” 했습니다. 즉, 사람이 제 손으로 지은 집에 들어가 살게 되고 자기가 지은 집, 자기가 가꾼 농토를 남에게 빼앗기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세상입니다. 이것은 착취와 빼 앗김이 없는 경제적 정의가 이룩되는 통치입니다.

3) “그들은 여호와의 복된 자의 자손이요 그 소생도 그들과 함께 될 것임이라고 했습니다. 이 말씀은 미래세대의 삶이 분명하게 보장되는 나라란 뜻입니다. 즉, 우리 자녀들이 위험을 당할까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입니다.

4) “그들이 부르기 전에 내가 응답하겠고 그들이 말을 마치기 전에 내가 들을 것이며...” 했습니다. 이 말은 인간이 하나님 앞에서 모두가 선해져서 기도도 하기 전에 이미 하나님이 들어주시게 된다는 말입니다. 즉, 온 국민이 도덕적으로 선해지는 도덕적 나라를 이룩한다는 것입니다.

5) “이리와 어린 양이 함께 먹을 것이며 뱀은 흙으로 식물을 삼을 것이니 나의 성산에서는 해함도 없겠고 상함도 없으리라. 여호와의 말이니라.” 했습니다. 이것은 서로 해치고 상하고 하는 그런 경쟁과 갈등이 없는 모든 사람이 함께 나누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평화공존의 나라를 이룬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흔히 관공서에 가면 국정지표라고 써놓은 표어식으로 정리하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1. 생명존중
2. 경제정의
3. 미래세대의 보장
4. 도덕적 인간성 구현
5. 평화공존의 세상

저는 우리 나라에 새 문민정부가 들어설 때 제네바에 있었는데, 그 때 교회에서 설교를 하면서 우리 나라에 새로운 민주정부가 들어서면 앞으로 이 이사야의 정치적 비젼이 곧 우리의 국정지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설교를 한 적이 있습니다. 생명이 존중되고 경제정의가 실현되며 우리의 자녀들이 안심하며 살 수 있는 세상, 모든 국민이 도덕적으로 진실해지는 세상, 그리고 평화롭게 모든 사람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세상, 이런 나라를 만들기를 희망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현실을 볼 때 이런 비젼과 우리가 너무 거리가 멀어져 가는 듯해서 안타까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사야가 제시한 메시야의 비젼중에서도 가장 첫 번째 언급되고 있는 원칙이 뭐냐하면 생명존중의 원칙입니다.

날 수가 많지 못하여 죽는 어린이가 없고 수한이 차지 못한 노인이 다시는 없을 것이라. 백 세에 죽는 자가 아이겠고 백 세 못되어 죽는 자는 저주 받은 것이니라.

이것은 너무나도 이상적인 목표이긴 하지만 오늘 수많은 목숨들이 전혀 예기치 못한, 꿈에도 생각지 못한 죽음으로 그 생명이 다해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운 것입니다. 아침밥 잘먹고 힘차게 학교에 가던 학생들이 졸지에 죽고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가정으로 돌아가던 여인들이 납치를 당하고 죽임을 당합니다.

최근에 잇단 사고 뒤에 한 여론조사기관에서 국민들의 불안에 대해 조사를 한 바가 있습니다. 우선 지난 해부터 올 해까지 대형사고에서 죽어간 생명이 얼마냐 하면

93년 3월, 구포열차사고에서 78명 사망, 3개월뒤인 93년 6월 예비군 훈련장 포탄 사고로 19명 사망, 1달뒤인 97년 7월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사고로 66명 사망, 그로부터 3개월뒤에 서해 페리호 침몰사고로 292명 사망, 이번 94년 10월 성수 대교 붕괴 사고로 32명 사망, 충주호사고로 32명이 사망, 여기에 지존파사건, 증인보복살해사건, 택시살인사건, 장교총기난사사건,

인간의 생명이 파리목숨처럼 쓰러져 가는 경험을 우리는 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교회에 와서는 복음만 듣고 싶지 사회적 문제를 듣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의 붕괴를 걱정하지 않고 어떻게 복음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까? 모든 국민이 불안해하고 모든 사람이 무서워 떠는데 우리에게 도대체 무슨 소식이 기쁜 소식이 되겠습니까?

그 여론조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1년에 30,000명 정도가 교통사고나 범죄등 불의의 사고로 죽어갔습니다. 90년 서울에서만 총 4,938명이 교통사고, 화재, 산업재해, 실족 가스폭발 등 안전사고, 범죄등 전혀 예상하지도 예상할 수도 없었던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숫자는 서울시민 2,000명당 1명이며 400가구당 한 가구는 예상치 못한 장례를 치러야 하고 대부분의 서울시민이 1년에 한 차례 이상 사고로 목숨을 잃은 친구나 친지의 장례식에 참석해야 합니다. 또한 전국민 1,000명 가운데 40-50명이 범죄에 노출되어야 하고 전국민 1,000명 가운데 5-6명은 자동차사고로 죽거나 다치고 대한민국 여성 100명중 7-8명이 강간을 당한 경험이 있고 76.4%가 가벼운 성추행을 경험했고 성인여성 94%가 일상생활에서 성폭력의 위험을 느끼며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서울시민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항목으로 나타난 것은 “우리 아이들의 안전”입니다. 국민학생 자녀나 어린아이가 유괴, 불량배로부터의 피해, 안전사고, 교통사고 등 뜻밖의 사고를 당할 가능성에 대해 78%의 부모들이 항상 불안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아마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그럴 텐데 모든 부모들은 매일처럼 아이들이 밖에 나갔다가 무사히 돌아오는가가 가장 큰 걱정입니다. 저녁에 자녀들이 돌아와서 만나면 그날 하루를 겨우 안심하는 정도입니다.
두번째로 높은 불안이 서울에서 숨을 쉰다는 자체에 대해 불안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공해로 인한 생명의 위협을 말합니다. 세번째는 교통사고의 불안, 네번째는 한강다리, 다섯번째는 강도, 폭행등의 사고, 여섯번째는 성폭행의 불안, 일곱번째는 아파트의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로 나타나 있습니다. 생활의 거의 모든 반경에서 생명의 위협을 매일 느끼며 살아야 하며 우리 모두가 다 이런 불의의 사고로 생명이 위협당하는 위험 속에 매일을 살고 있습니다. 제가 제네바에 있을 때 한국신문을 받아보면 거의 매일 인신매매에 대한 기사가 나왔습니다. 저희가 귀국하려고 할 때 아이들이 제일 먼저 묻는 질문이 “한국에 가면 혹시 인신매매 당하지 않을까? 무서워!” 하는 말이었습니다.저는 “괜찮을 것이다!” 하고 안심시키고 정말 그런 위험을 당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겠고 설마 우리는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이제 이런 위험은 그렇게 멀리 있지 않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만 이렇게 생명이 위협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도, 구라파도, 이웃 일본도, 제3세계도 거의 모든 나라들이 안전한 나라들인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에서의 생명의 위협이 선진국에 비해서 2배 내지 3배가 넘는다는데 문제가 있고 어떤 새로운 전기가 없이는 앞으로 이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갈 것이라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생명에 대한 존중의식이 희박해져 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몇 해전 소위 학생들이 연달아 분신을 하던 소위 분신정국 때 많은 언론과 지성인들이 생명경시풍조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는데 지금 현 정부는 정부의 관리소홀로 엄청나게 많은 생명이 무고하게 죽임을 당하는데도 여기에 대한 자성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이사야는 이 세상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면 첫째로 보장되는 것이 어린이의 생명이고 노인의 수한입니다. 사람의 생명이 하나님 앞에서 가장 중한 것입니다. 온 천하를 주고도 바꿀 수 없는 생명입니다.

저는 우리 국민이 지금 혼돈상태에 빠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속담에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을 차리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이런 불행에 좌절하고 있어서는 안됩니다. 딛고 일어서야 되겠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심기일전(心機一轉)의 각오가 있어야 합니다.

거기는 날 수가 많지 못하여 죽는 유아와 수한이 차지 못한 노인이 다시는 없을 것이라. 곧 백세에 죽는 자가 아이겠고 백세 못되어 죽는 자는 저주 받은 것이리라.

다른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생명이 희생되는 일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저는 간곡히 부탁하고 싶습니다.

첫째, 대통령의 심기일전이 필요합니다. 대통령은 이제 새로 취임한다는 심정으로 국정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중대한 의무를 가지고 있으므로 좀 더 신중하고 겸손하게 국정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배후에서 수많은 교인들이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기도에 부응하도록 진실하고 겸허한 정치를 해주기를 희망합니다.

둘째, 공직자들의 심기일전이 필요합니다. 복지부동이 웬말입니까? 생명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복지부동입니까? 정말 대통령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공직자가 복지부동이면 아무 일도 안됩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공직자들이 복지부동하는 것은 지금 현 정권에 발맞추다가 다음 정권이 들어서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아예 지금 가만히 있는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공직자헌장에 “지금 이 순간부터 내 생명은 국가와 겨레를 위해서 있다.”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공직자들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파수꾼입니다. 그들을 의지하고 국민이 사는 것입니다. 생명을 존중하는 공직자가 되어 주기를 우리 국민은 바라는 것입니다.

셋째, 우리 모든 국민의 심기일전(心機一轉)이 필요합니다. 우리 모든 국민이 자기가 맡은 자리에서 성실하게 생활하고 일해야 합니다. 건축가는 건축가의 자리에서, 교육자는 교육자의 자리에서, 근로자는 근로자의 자리에서, 검찰은 검찰의 자리에서 정의롭게 진실하고 성실하게 생활하면 우리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여러분. 우리 교회는 생명이 존중되는 세상을 만드는 사명이 있습니다. 이것은 하나님이 이사야를 통해 비춰주신 비젼입니다. 이것은 교회가 세상을 향해 외쳐야 할 복음입니다. 우리 모두 생명을 존중하는 사람이 되고 사회가 되자고 외쳐야 되고 우리 자신이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기도할 것은 기도하고 회개할 것은 회개하고 겸손히 할 것은 겸손히 하고 진실할 것은 진실하는 심기일전을 이루어 이 땅에서는 누구나 그 생명이 존중되고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생명을 향유하는 그런 세상을 이루도록 노력하십시다. 우리 모두에게 하나님의 은총과 가호가 함께 하시기를 축원합니다. 아멘.

<박성원 목사, 부산진교회 1994. 11. 6 성수대교 붕괴사건 후 주일설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