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총회 ‘4대 핵심쟁점’ 지상토론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부산총회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WCC는 전 세계 140개국 349개 개신교 교단과 5억6000만명이 소속돼 있는 세계 최대의 기독교 연합기구다. 역사적인 교회일치·연합기구 총회를 앞두고 한국교회 내에 종교다원주의와 개종전도금지, 동성애 등 몇몇 쟁점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본보는 WCC를 지지하는 박성원 WCC 중앙위원과 반대 측 입장인 김영한 기독교학술원장으로부터 핵심 쟁점에 대한 각각의 입장을 들어봤다.

‘WCC가 성경의 권위를 부인하며, 다원주의 신학을 추구한다’는 지적이 있다.

△김영한 원장=WCC는 대체적으로 성경의 권위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WCC에는 동방 정교회 같은 극보수주의가 있는가 하면 상당수는 예장 통합이나 감리교처럼 중도적 보수주의다. 그러나 WCC를 주도하는 소수 그룹 가운데는 성경의 영감과 권위를 부인하는 자유주의적·종교다원주의적 경향을 지닌 이들도 있다. WCC는 1970년대부터 인도 신학자 사마르타 등을 종교대화 프로그램의 책임자로 임명하여 종교대화를 시작했다. 이들은 성경을 타 종교의 경전과 같이 취급하고, ‘타 종교에도 그리스도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며 타 종교의 구원을 인정하는 종교다원주의자들이다. 90년 스위스 바아르에서 발표된 “타 종교인들의 삶과 전통 속에 성령이신 하나님께서 활동하심을 고백하는 것은 우리 그리스도인으로서 너무나 당연하다”는 WCC 바아르-선언문은 종교다원주의를 시사한다.

△박성원 위원=WCC는 헌장 제1조에 ‘WCC는 성경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이며 구주로 고백하며 성부, 성자, 성령의 영광을 위하여 공동의 소명을 함께 성취하고자 노력하는 교회들의 교제’로 분명한 정체성을 밝히고 있다. 78년 발표된 방갈로 문서에선 ‘성경은 전 창조세계와 민족들과 개개인의 삶을 다루고 계시는 한 분이시며 동일하신 하나님을 만나는 책’이라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바아르 문서에는 “종교 간의 다양성에 대한 우리의 신학적 이해는 만물을 창조하시고 태초부터 만물 속에 현존하시고 활동하시는 살아계신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믿음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WCC가 성경 권위를 부인한다거나 다원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WCC가 개종전도금지, 선교유예를 선언함으로써 선교를 포기했다’는 주장이 있는데.

△김 원장=WCC는 천주교 등 다양한 교파들이 비공식 회원으로 들어오면서 종교 간 개종전도가 종교 간 화합을 해치는 것을 막기 위하여 개종전도(proselytism)를 금지하기로 했다. 개종전도 금지는 WCC 중앙위원회가 97년 채택한 문서에 공식적으로 설명됐다. 이때 WCC는 ‘개종 강요’가 기독교의 ‘증언에 반하는 행위’인 동시에 ‘증언의 타락’이라고 비판했다. 그래서 WCC는 전통적 의미에서 선교(회심 선교)를 유예시키고 있다. 그리고 개종 선교보다는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억눌린 자들의 인권 개선과 사회적 소외를 막기 위한 인간화·사회화 선교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그렇다보니 기독교 선교의 일차적인 과제인 불신자 회심 전도를 등한히 하고 있거나 아예 중단하고 있다. 그 결과 WCC 회원 교회의 신자 수는 보수적인 회원 교회를 제외하고 늘지 않거나 감소하고 있다.

△박 위원=WCC는 속임수, 물질공세, 강압적 수단과 같은 부적절한 방법을 쓰는 전도방법을 양 훔치기식 전도방식이라고 경계한다. 신천지처럼 기존 교회의 성도를 빼앗는 도둑질 선교는 자제하라는 것이다. 복음주의권에서 ‘개종전도금지’로 이해하는 ‘개종전도(proselytism)’는 에큐메니컬 진영에서 ‘양 훔치기식 전도’를 뜻한다. 이것은 복음을 배반하는 행위다. ‘선교유예’는 동아프리카 교회 지도자인 존 가투 목사가 선언한 것이다. 이것은 아프리카 교회의 자립성을 기르기 위해 선언한 것으로 결코 선교를 포기하거나 중지한 게 아니다. 자력으로 선교·목회하는 교회가 되려면 서구교회로부터 선교사와 선교자금을 받는 것을 중지해야 한다는 게 요지였다. 한국교회 자립화에 기여한 네비우스 선교정신과 비슷하다. WCC가 82년에 발표한 공식 선교선언문인 ‘선교와 전도-에큐메니컬 확언’에는 “선교의 유예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더 좋은 선교를 위한 선교유예는 언제든지 가능하며 어떤 때는 필요할 것이다”라고 돼 있다.

‘WCC가 용공 및 게릴라 단체를 지원 한다’는 주장이 맞나.

△김 원장=제4차 WCC 웁살라총회(1968) 다음해에 WCC는 ‘반인종 차별 투쟁 사업’을 진행해 70년부터 86년까지 17년 동안 약 250만 달러를 반백인 통치 투쟁 단체들과 테러 기구들에게 지급했다. 이렇게 전 세계 30개국 100개 이상 기관에 모두 700만 달러를 지급했다. 원조를 받은 단체들의 다수는 소련의 무기 지원을 받는 나라나, 마르크스주의 영향권 아래 있는 행동주의 단체들이었다. 이 막대한 돈은 WCC의 예산과 후원 기금으로 지급됐다. 그리고 75년 나이로비 총회에서 WCC는 백인 인종차별 정권과 싸우는 130개 단체에 대한 자금지원을 총회적으로 승인했다. 그런데 실제 이 기금의 절반 이상이 공산 게릴라 반군에 넘어갔다. 이 사건 때문에 WCC 창립회원인 구세군과 아이레 장로교회가 “도착된 인종주의”라고 항의하면서 일시적으로 탈퇴한 일이 발생했다.

단, WCC가 공산권 국가의 민주화에 끼친 공헌은 인정해야 한다. WCC는 60년대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를 슬로건으로 내걸어 체코의 봄을 가져온 둡체크, 소련의 서기장 고르바초프의 개혁운동, 그 결과로 나타난 80년대 말 동구권 민주화 등을 지원했다.

△박 위원=그동안 WCC는 인종차별 철폐운동, 인권운동, 사회정의운동, 평화운동을 벌여왔다. 그러나 해당 정부나 반대세력들은 WCC를 저지하기 위해 게릴라 지원설 등을 유포시키고 여론몰이를 했다. WCC를 용공단체로 낙인찍은 곳은 미국의 극우반공주의자 칼 메킨타이어와 그가 이끄는 국제기독교교회협의회, 그리고 이들의 사주를 받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인종차별 백인정권이었다. 인종철폐운동과 독립운동을 지지하는 모든 단체들을 용공세력으로, 그들이 지원하는 운동을 공산주의 운동이라고 매도한다면 한국의 독립운동이나 민주화운동 지원도 모두 게릴라지원이 될 것이다.

WCC는 동서 대결이 첨예했던 1948년 창립총회 때 ‘어떤 인간의 문명이나 이념도 하나님의 단호한 심판을 피할 수 없다’며 복음이 인간의 이념을 우선한다고 천명했다. 따라서 WCC는 ‘교회의 연합체’로 어떤 특정한 이념을 지향하지 않는다. WCC는 오히려 공산권 교회를 지원하기 위해 회원으로 참여시키며 세계교회와 교제하도록 했다. WCC의 교섭과 활동으로 83년에 분단 후 처음으로 북한에 성경찬송 5000부가 전달됐고 88년에는 평양봉수교회가 건립됐다. 86년에는 분단 후 처음으로 북한 그리스도인들을 제네바에 초청해 남북교회가 만났다. WCC는 용공단체가 아니라 공산주의체제 속에 있는 교회를 지켜온 선교단체다.

보수교계는 ‘WCC가 동성애 지지 결의를 했다’고 주장한다.

△김 원장=WCC는 동성애 결의를 공식적으로 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WCC 교단에 속한 여성단체인 재-이미지화(Re-imaging)는 WCC의 후원을 받아 93년 11월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미네아폴리스 회의를 개최하였다. 이 회의에서 WCC 회원 교단에 속한 2000명의 여성 대의원들이 동성애 축제를 벌인 것이 물의를 빚었다. 결혼 문화를 동성애 문화로 바꾼다는 것이다. 지금 WCC 회원교단인 미국 장로교, 감리교나 영국 성공회에 속한 진보주의자들이 동성애를 지지하고 동성애 성직자 안수를 허용해 물의를 빚고 있다. 그러나 WCC회원인 한국교회는 동성애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료하게 표명하고 있다.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서 WCC는 앞으로 동성애 옹호자들과 급진주의자들, 자유주의자들이 WCC 지원 집회를 주도하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다.

△박 위원=WCC는 동성애 문제에 대해 어떤 공식적 입장을 취한 적이 없다. 제7차 캔버라 총회에서 동성애 문제가 제기됐으나 ‘교회분열을 야기시킬 수 있는 민감한 문제’라는 판단 아래 어떤 입장도 취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지속적인 연구와 대화의 공간을 제공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제8차 총회를 기점으로 WCC는 개인의 성윤리, 혼외정사, 유전자 공학과 성, 에이즈, 콘돔 사용 문제, 성폭력 문제 등을 인권차원에서 제기했다. 이처럼 WCC가 다룬 성 문제는 인간의 성 전반에 관련된 것이었다. 동성애 문제는 주로 북미나 유럽에 의해 제기되고 있지만 남반구 교회 대부분은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동성애 이슈는 WCC 안에서 쉽게 다뤄질 수 없는 문제다.

한마디씩 덧붙인다면.

△김 원장=나는 복음주의와 정통개혁주의 신학을 추구하는 학자로서 WCC 신학에 대해 기본적으로 비판적이다. 그러나 WCC 회원과 참여자들은 형제이지, 적그리스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WCC 부산총회가 미흡한 점이 있긴 하나 환영해야 할 기독교 축제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박 위원=2012년 3월 WCC 선교대회에 참여한 WEA 대표는 WCC의 선교관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우리의 선교는 온전한 교회로서 온전한 복음을 온 세상에 온전하게 증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세계교회의 추세는 복음주의권과 에큐메니컬권의 공감대가 넓게 형성되고 있다. 한국교회도 이런 세계적 흐름에 따라 좀 더 성숙해졌으면 좋겠다.

정리: 백상현 기자(100sh@kmib.co.kr / 국민일보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