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달루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걷다 (4) – 학문의 원조도 여기에 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인문학을 강조한 이래 인문학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열풍공화국인 한국에서 더욱 그렇다. 사실 학문이나 기초과학기술은 유행처럼 번질 것이 아니다. 마치 공기처럼, 물처럼 문명사회 속에서 늘 상존하고 스며들어있어야 하는 것들이다.

안달루시아에는 인문학을 비롯하여 모든 학문이 골고루 발달하고 오늘의 과학기술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 과학기술이 10~11세기에 이미 융성하고 있었다. 알 안달루스 왕국의 수도인 코르도바(Cordova)는 서유럽과 세계를 통틀어 당대에 가장 문명이 발달한 도시의 영화를 누렸다. 알 안달루스 왕국은 유럽의 첫 음악학교를 포함한 대학을 설립하고 당시에 이미 파리 소르본느대학 도서관과도 비교되지 않는 수의 장서를 소장한 도서관을 가지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장학제도도 운영하고 있었다.

학문의 발전도 엄청났다. 라틴어, 히브리어로 된 철학서적을 공용어인 아랍어로 번역하여 세계적인 학문연구가 가능하도록 했고 다국적 언어가 학문분야에서 통용되고 있었다. 철학뿐 아니라 수학, 약학, 의학, 농업기술 등 기술분야의 발전도 당대 세계를 선도하는 정도였다. 당시 다른 지역에서는 마취 없이 수술을 했다. 그러나 안달루시아에서는 마취가 가능한 수술, 각막수술 등 고도의 의료기술이 시행되고 있었다. 수학도 상당히 발달하여 오늘의 수학용어에도 아랍어로 된 용어가 많이 사용될 정도로 근대수학발전의 기초를 놓았다.

학문의 방법도 공동체적이고 참여적이며 지극히 창의적이었다. 다양한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고 사람들은 자기들이 선택한 주제토론 구룹에 들어가서 토론에 참여한다. 이렇게 여러 분야 주제의 토론에 참여하면서 자기 적성과 비전에 맞는 주제 이해와 습득을 더욱 심화한다. 처음부터 학문의 세분화나 맟춤형 학문이 아닌 광범위한 교양적 학문에서 시작하여 전문영역의 학문으로 진입한다. 토론 중 시각의 대립이 일어나는 경우 상대편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고 존중한다. 만약 자신과 의견이 다른 이론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를 했을 때는 토론에서 퇴출된다.

알 안달루스 왕국에서는 언어간, 문화간, 학제간 학문소통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던 셈이며 이런 학문방법은 모든 학제간의 교류와 융합이 일어나게 했다. 이는 오늘 또 하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융합학문이 안달루시아에서는 그 때 이미 시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놀라운 일이 아닌가?